[땅굴레터] #6. 아이디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2025-04-06
조회수 409
시뮬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외주로 브랜딩을 할 때와,
내 브랜드를 직접 할 때의 차이가 뭘까?


외주로 브랜딩을 할 때에는 타인의 사업을
제3자의 시선으로 컨셉을 잡고,
앞으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의문이 들었다.

‘브랜딩도 결국 사업이 성공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거 아닌가?’



내가 열심히 컨셉을 짜고 브랜딩에 참여했던 곳이
나중에 사업이 망해서 사라졌다면,
그럼 내가 한 건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브랜딩일까?


이런 일이 생기면 나의 노동이
공중분해된 것 같은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돈은 받았고,
사업이 망한 게 네 잘못은 아니잖아?
뭘 그렇게 신경써?”


나는 이 말이 위로가 되기보다는 찝찝함을 남겼다.

브랜딩과 사업의 성공은 연관이 없나?
아니 애초에 브랜딩이라는 건 도대체 뭘까?
디자인으로 진짜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


공부할수록 오히려 어려워지는 느낌이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는 듯한 전략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실제로 내가 사업을, 내 브랜드를
제대로 운영해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브랜딩이라는 걸 할 수가 있을까?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A부터 Z까지의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실제로 작동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작게나마 ‘내 것’을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막상 시도를 하려고 보니…
왜 사람들이 내꺼 하는 게 제일 어렵다고 하는지 알겠다.

나를 객관적으로 보기도 어렵고,
일단 이상과 현실의 갭이 크다.


아무리 내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전략을 세워도 현실에서는 자본, 시간, 인력의 문제로
상상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

계획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
그건 그저 초안일 뿐, 변수들에 따라
계속 테스트하고 수정하는 걸 피할 수가 없다. 

철저한 준비보다는 빠른 속도가 이길 때도 많고..


이 과정에서 내 생각도 바뀌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구현될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까지
책임지고 싶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구상을 멋지게 하는 게 실력이 아니라,
결과를 책임지는 것까지가 진짜 실력이겠구나.


솔직히 나는 기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명쾌하게 나만의 언어로 정의해낼 실력은 아직 없다.
배워나가는 걸음마 단계니까.


하지만 최소한 재밌는 아이디어만 내는 게
기획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가설에는 검증을 꼭 더하기

최근에는 내 브랜드를 위한 여러 가지 재료들을 다듬고 있다.
계정을 처음 시작할 때도 나름의 정리를 해두긴 했지만,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급하게 지은 움막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
적어도 좀 더 견고한 골조를 가진
초가집 정도라도 만들어두고 싶은 마음이다.


브랜드 매니페스토를 다시 써보고, 화법과 언어 체계 등…
다시 정리해보고 있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운영한지 1년이 넘었고, 데이터도 느리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경험덕후’라는
페르소나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혼자서 전략 짜는거 말고,
나는 사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확인해봤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 팔로워분들에게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답변을 해주셨는데…(감동)
그 답변들을 모아 GPT에게 분석을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실제로 듣고 분석해보니
내가 가진 재료가 더 잘 보이는 느낌이었다.
진작 물어볼걸…

앞으로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큰 방향성은
핀트를 맞춰나가고 있는 것 같다.


가설을 가설로 끝내지 말고,
앞으로도 꼭 검증 단계를 많이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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