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레터] #5. AI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20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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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의 업데이트 소식

혼자서 일하면서 항상 일손이 부족한 터라 AI 신기능에 관심이 많다. 배우고 싶어서 배운다기보다 진짜 당장 필요해서 배운다. 욕심은 많은데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적다. 이것저것 전환하다 보면 집중력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다. ADHD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최근에 GPT가 업데이트 됐다는 소식에 또 이것 저것 테스트를 해봤다. 내가 그린 그림 서너장을 넣고 참고해서 네컷만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솔직히 몇 개월 전만 해도 AI 이미지, 그 중에서도 GPT가 만드는 이미지는 별 기대를 안 했는데… 결과물이 꽤 쓸만해서 놀랐다. 이번에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미드저니(이미지 전용 AI)는 사람들이 따로 결제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쳐도 지피티 선생님은 AI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좋다. 여기서 이렇게 딸깍 바로 구현이 가능하다니. 기술의 발전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가 없다.

SNS에는 너도나도 신기하다며 GPT로 이미지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앞으로 뭐해먹고 사냐’며 막막함을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로 인스타툰 작가나 일러스트레이터 분들이였던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변화들을 마주하면서 설렘 70% 불안 30% 정도로 뒤엉켜 있는 느낌이다. 나는 일을 만들어서 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긍정적인 부분이 훨씬 크긴 하다.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서 생각만 했던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하니까 신이 난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얼마 안 가서 금방 가치가 없어지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있기는 하다. 나만 이런 불안을 느끼는 건 아닐거다.


이번 기회에 앞으로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흐릿했던 생각의 해상도를 또렷하게 다듬어봐야겠다.



1. 방향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되자

첫 운전을 배우면서 별 걸로 다 쫄고 벌벌 떨 때 엄마가 해줬던 말이 있다.


“이 차는 언제나 하란 대로 하는 존재일 뿐이야.
방향키는 언제나 항상 네가 쥐고 있다는 걸 기억해.
그걸 인식하고 있으면 무서울 필요가 전혀 없어. ”

초보운전일 때 이 말을 머리 속으로 내내 되뇌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진짜 무섭지 않아졌다. 나는 이 말 덕분에 운전을 나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AI도 똑같지 않을까?


AI는 내가 방향키를 쥐면 그대로 따라오는 존재다. 스스로 ‘의도’를 가지지 못 한다. 프롬프트를 입력할 때도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원하는 결과를 받으려면 ‘왜 이 요청을 하는지’에 대한 맥락을 함께 알려줘야 한다. 같은 요청이라도 목적에 따라 결과물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SNS용 포스팅 작성을 요청하더라도,

  •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  브랜드 스토리나 가치를 강조
  • 실제 구매 전환이 목적이라면 →  제품의 특장점과 프로모션 정보 중심
  • 팔로워와의 관계 형성이 목적이라면 →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 위주

이렇게 결이 다 다른 콘텐츠가 나오게 된다. 이것처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어떻게 만들지보다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이 한 기획을 받아서 구현만 하는 오퍼레이터로서 기능을 해왔다면, 아무래도 대체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내 주관이 없이 시키는 일만 하고 있다면 AI와 역할이 겹친다. 내가 생각하고,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는 오히려 더 본질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만들어낼지 방향키를 쥐고 기획 및 감독을 하고, AI는 분신술도 쓸 줄 아는 유능한 스태프 역할로 나를 보조해주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다…



2. ‘보는 눈’을 기르자

아무리 좋은 리소스를 써도, ‘보는 눈’이 부족하면 결과물도 결국 구려진다. 구린 안목은 곰팡이 핀 정수기 필터마냥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도 그 필터를 통과하는 순간 다운그레이드가 된다.

돈을 많으면 좋은 걸 고를 수 있다는 선택지가 넓어지지만, 결국 여러 옵션들 중에서 뭘 고를지는 그 사람의 안목에 달려있다. 똑같은 1억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도, A씨와 B씨의 집의 미감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천장에 어떤 조명을 달지, 몰딩은 어떻게 처리할지, 벽지는 어떤 컬러와 패턴으로 할지, 가구는 어떤 스타일로 맞출지... 수많은 선택지를 거치면서 결국 결정권자의 안목대로 결과가 만들어진다.


아무리 AI가 뭔가를 만들어주더라도 선택과 검수는 내 몫이다. 어차피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지브리 스타일, 이토준지 스타일 같은 건 큰 의미가 없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다’ 라며 신기해할 뿐 어차피 원본은 따로 있는 복제품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오리지널의 아류가 되지 않으려면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안목 자체를 높여가야 한다. 이건 하루 아침에 ‘딸깍’해서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꾸준히 시간을 갈아넣으면서 나만의 필터를 정교하게 다듬어나가야 한다.



3. 글쓰기로 생각 근육을 키우자

안목을 기르는 일이 매일 꾸준히 해야 하는 유산소라면, 글쓰기는 생각 근육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어떤 매체를 다루든, 어떤 형태의 콘텐츠를 만들든, 결국 중요한 건 메세지다. 그리고 이야기의 근간에는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프롬프트로 내가 원하는 바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부터가 벌써 글쓰기의 영역이다. 머리 속에 있는 암묵지를 남들에게 전달 가능한 형식지로 꺼낼 수 있는 역량. AI 시대가 될수록 '생각하는 힘'은 더 중요해질 것 같다. 이런 관점에서 글쓰기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요즘 이 레터 덕분에 매주 최소 2000자 이상의 글을 발행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솔직히 쉽지는 않다. 모자란 실력으로 쓰는 것도 고역인데 이걸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괜히 혼자 평가하고 쭈글쭈글해지기도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뻔뻔 모드로 가기로 했다)


항상 글쓰기라는 항목은 ‘해야 하는 건 알지만, 급하지 않은’ 존재였다. 당장 나에게 확실한 이득을 가져다주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레터 발행을 선언하고, 잠을 줄여서라도 꾸역꾸역 쓰면서 느끼는 점은... 이거 진짜 쉽지는 않은데, 오히려 그래서 차별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쉽지 않은 걸 해내기만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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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조차 지지리 미루던 내가 벌써 5번째 레터를 발행하다니 신기하다. 나는 지독한 의지 박약인데… 매주 하나 발행이라는 약속과 마감기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의지를 믿는 것보다 환경을 설정하는 게 빠르다. 문득 내가 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환경을 세팅해서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같은 걸 열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가 있으려나…?



🔼 GPT가 내 그림 스타일을 참고해서 만들어준 네컷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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